| ▲ 서인호 구정고 화학교사 | 과학 나눔터
현행 7차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1학년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네 영역이 포함되어 있는 과학교과서로 배운다. 고등학교에
지금과 같은 과학교과가 생긴 것은 6차 교육과정이 시작된 1996년부터이다. 그 전에는 중학교까지 과학을 배우고 고등학교부터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세분화된 교과를 배웠다.
이 당시의 중등 과학교사임용제도는 전공별로 채용하였으며, 중학교로 발령을 내면 과학을 가르치고 고등학교로 발령을 내면 전공 교과를 가르쳤다. 그러다가 1996년 이후부터는 고등학교에서도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생기게 되었다.
고
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과학교과 과정이 운영되던 초기에는 과학교과를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교사들이 팀티칭으로 가르치는
경우도 있었는데, 교육부에서는 이에 대하여 경고조치하였다. 이에 일부 학교에서는 한 사람이 네 영역을 모두 가르치거나 두 영역씩
나누어 가르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네 명의 과학교사가 나누어서 가르치고
있다.
과학교과의 내용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네 영역으로 분할되어 있고, 교과서를 만드는 일도 네
영역을 전공한 사람들이 분할하여 제작하였는데 가르치는 것은 오직 한 사람이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교사들이 60시간의 연수를 받는다고 해서 네 영역을 모두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
한 영역만을 전공한 교사가 과학교과서의 내용을 모두 가르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2년 도입된 것이 공통과학교사 별도 채용 제도이다. 결국 고등학교 일학년 과학만을 전공하는
과학교사를 별도로 뽑겠다는 발상이다. 자연계와 인문계 학생들 대부분이 배우는 공통 필수 과목을 기존의 과학교사들을 배제하고
신입교사로 채우겠다는 것과 같다. 이는 고등학교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오랫동안 가르친 현장의 수업전문가인
과학교사들을 대학에서 급조한 공통과학 신임교사들로 대체하려는 어이없는 정책이다.
선진국에서는 신입교사들이
정식교사가 되려면 상당 기간 동안 수습교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기간 동안 경험 있는 교사로부터 수업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새로운 교과 하나가 현장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그 교과를 제대로 지도할 수 있는 교사의 수업 전문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면 과학교과를 급조하고 과학교사를 별도로 채용하는 정책적인 결정은 과학교사의 과학수업 전문성을 무시한 처사이다.
고
등학교 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네 과목으로 바꾸는 것이 좋으며 국민교육 공통과정은 중학교에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제도가 존속하더라도 현재처럼 고등학교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교사들이 팀티칭할 수도 있고 학교의
사정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가르칠 수 있다. 물론 토론자도 과학 과목을 네 명이서 팀티칭 한 적도 있고, 두 명이 두 영역씩을
나누어 팀티칭을 한 적도 있으며, 혼자서 세 영역을 가르친 적도 있다. 교과의 전문성을 고려하면 네 명이 팀티칭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고, 충분한 토론수업이나 실험 수업을 고려하면 여러 시간을 혼자서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중등
과학교원은 중학교로 발령을 받을 수도 있고 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중학교 과학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고등학교에서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 한 교과를 가르치도록 양성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학급수가 적은
시골의 중·고등학교에서는 한명의 과학 교사가 어쩔 수 없이 혼자서 과학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나 여건이 좋은 도시의
고등학교에서 일부러 한명의 교사가 혼자서 과학을 가르치기 보다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교과를 전공한 교사들이 팀티칭으로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7차 선택형 교육과정이 운영되면서 학생들의 선택이 적은 교과의
교사가 과학교과를 지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과학과목에서 자신의 전공이 아닌 영역도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과학교과는 별도의
임용고사를 통하여 교사를 채용한다면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서 과학교사의 수급이 매년 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학교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학과목만을 가르치는 공통과학교사를 별도로 채용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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