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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chem.org/wizchem 잔소리

한국온 옥스포드 후드 총장

―지난 수년간 옥스퍼드 대학의 개혁과정이 논란이 됐다.


"대학 지배구조의 투명성, 개방성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대학 내부 관계자 중심으로만 대학운영위원회가 구성됐는데, 앞으로는 기업인 등 외부인들을 대거 불러오자는 내용이었다. 이런 개혁안에 대해 많은 오해와 논란이 있었다. 일부 교수들은 학문과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침해로 보고 반대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옥스퍼드 대학이 새로운 지배구조를 도입해 '월드 클래스' 대학으로서 위치를 굳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옥스퍼드는 경쟁관계인 하버드, 예일보다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 새로운 지배구조를 통해 대학재정을 튼튼히 하는 게 우선 과제였다. 지금도 새로운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중이다. 조만간 좋은 결론이 나올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도 테뉴어(교수 정년보장) 심사 강화 등 개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 대학은 교수들이 경쟁적으로 연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안정적으로 연구하도록 도와줄 책임도 있다. 이 둘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세계의 주요 대학들이 모두 테뉴어 심사를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교수들의 연구지원도 마찬가지다. 옥스퍼드 대학도 어느 연구를 지원할 것인지 결정할 때, 그 연구가 얼마나 외부지원금을 끌어올 수 있는지 고려한다. 그 연구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냐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한국학이 좋은 예이다. 동북아 경제권이 확대되고,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CEO 경험이 대학 경영에 어떤 도움이 되나.


"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고, 대학은 지식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양자 간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요즘 세계 유명대학들이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벌이는 국제경쟁은 기업 간 경쟁을 방불케 한다. 과거에는 영국 내 우수 학생들이 당연히 옥스퍼드대나 케임브리지대에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안심할 수 없다. 더 좋은 장학금, 공부여건을 찾아 언제든 (미국의) 하버드대로 갈 수 있다. 외국인 학생을 뽑는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현재 옥스퍼드 대학의 외국인 학생비율은 34%다. 10년 전(24%)보다 크게 늘었다. 유학생들은 영국 내 다른 대학뿐 아니라 미국·유럽에 있는 대학들까지 비교해본 뒤 학교를 고른다. 옥스퍼드 교수도 전체의 38%가 세계 곳곳에서 온 외국인이다. 글로벌 시대에 가장 유능한 인력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성(mobility)이 아주 높다. 이것이 지금 세계 대학가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경쟁력 유지를 위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옥스퍼드 교육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옥스퍼드는 글로벌한 것과 전통적인 것이 공존하는 독특한 교육시스템을 갖고 있다. 옥스퍼드의 문호는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옥스퍼드의 교육내용은 모든 이를 위한 것은 아니다. 세계 어느 대학에서도 찾기 힘든 도제식 교육방법인 '튜토리얼(tutorial)' 방식으로 학생을 지도하기 때문이다. 1~2주에 한 번씩 교수가 1~2명의 학생들을 별도로 만나 과제를 나눠주고, 토의하는 공부방식이다. 겉보기에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시간낭비적이고 교수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그러나 최고의 결과를 낳는다. 학생들은 단순히 전공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석학들과 개인별 토론을 통해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


현재 옥스퍼드에서 공부하는 95명의 한국 학생들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언젠가는 중국어가 세계 공용어로서 영어를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


" 이미 중국어를 사용하는 인구수는 영어를 쓰는 사람들보다 많다.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어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언어로서 위상은 다른 문제이다. 어떤 언어가 글로벌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각기 서로 다른 문화를 이어주는 허브(hub·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부족하나마 영어는 동서양의 엘리트들이 공통적으로 쓰는 언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어는 아직 그렇지 못한 상태다. 중국인 스스로도 중국어가 영어를 대체할 것이라는 것을 믿지 않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현재 중국 정부가 영어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대륙에서 2억명이 영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후드 총장은 누구


존 후드(John Hood·56) 옥스퍼드대 총장은 기업체, 대학, 스포츠계에서 활동한 보기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로즈(Rhodes) 장학생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뉴질랜드 최대 다국적기업인 '플레처 챌린지' 등 여러 기업체의 CEO를 지냈고, 1998년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총장에 취임하면서 대학경영과 인연을 맺었다. 세계적인 요트경기 대회인 아메리카컵 추진위원장, 뉴질랜드 스포츠재단 이사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2004년 최초의 외부인 출신 총장으로 옥스퍼드대학을 맡아 기업식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등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을 추진 중이다. 그의 개혁안을 놓고 일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지자, 그는 지난해 10월 "총장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총장 임기는 2009년에 끝난다.

[자료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09/20080409018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