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러나 최근 들어 과학기술자들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염려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한 가지 이유는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논문, 특히 SCI논문 발표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는 까닭이다. 다른 이유는 이공계의 사회적 푸대접과 기피가 글쓰기 능력의 부족에 기인한다는 분석 때문이다.
과학기술자 업무 상당 부분 ‘글쓰기’
▲ 과학기술자는 글쓰기 공부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뛰어 들어야 한다. ⓒKOFST
사
실 과학기술자는 글 안 써도 되는 직업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국내외 연구 중심 대학의 교수 업무를 보면 연구계획서와
보고서 작성, 실험 및 조사의 수행, 강의 및 학생 지도 활동, 논문 작성이나 학회 발표 등 4가지 업무에 거의 균등한 시간이
투여된다. 대부분 글을 써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또 미국 기업의 성공한 엔지니어들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자기 시간의 4분의 1 이상을 글쓰기에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성공한 과학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글쓰기 실력을 기르는 것이 필수라는 얘기가 된다.
이러한 분석과 사회적 요구에 기초해 과학기술자의 글쓰기 능력을 높이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많은 대학에서 과학 글쓰기 특강을 개최하고 있으며 필자도 이와 관련된 책을 집필한 인연으로 여러 대학에서 ‘과학글쓰기’를 가르쳤다.
그 러나 안타깝게도 “과학기술자에게는 2~3시간 글쓰기 요령을 가르쳐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아직도 주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과학 글쓰기도 일반 교과목처럼 한 학기 혹은 일 년에 걸쳐 가르칠 과목이다. 다만 과학 글쓰기는 인문학적 글쓰기처럼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원칙을 이해하고 연습하면 발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점은 과학기술자들이 글쓰기 공부에 겁내지 말고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자층 정확히 파악해야
▲ 좋은 지침과 충분한 연습만 있다면 어떤 과학기술자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동아사이언스
그럼 좋은 과학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고려해야 할까. 필자는 아래의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째는 글을 읽을 대상이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고 대상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작성하라는 점이다. 흔히 ‘과학기술자가 쓴 글은 과학기술자가 읽겠지’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독자층을 정확히 인식해 이에 맞는 글을 써야 한다.
예 를 들어 학부생이 쓴 보고서라면 주 독자층은 대학원생 조교에 맞춰야 한다. 일반 잡지에 투고하는 글이라면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작성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전문 학술지에 투고하는 논문과 신문에 게재하는 시론 성격의 글은 차이점을 보여야 한다. 읽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글은 좋은 과학 글이 될 수 없다.
둘 째는 전문성을 살리되 이해하기 쉽게 쓰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과학 글쓰기 교재에서는 쉬운 말로 쓰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과학기술계의 전문가들은 뜻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전문적인 용어들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려운 단어를 쓰면서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쓸 수 있을까. 해결책은 있다. 용어를 명확히 정의해 통일적으로 사용하고 문장을 간단하게 작성하면 이해하기가 쉬운 글이 된다.
셋 째는 ‘과학적 양식 (Scientific style)’에 맞추어 써야 한다는 점이다. 대개 과학기술자들이 쓰는 글은 특별한 양식을 가진다. 예를 들어 학술지에 싣거나 학위를 받기 위해 쓰는 논문은 정해진 양식에 맞춰 작성해야 한다.
대 표적인 형식이 IMRAD라고 하는 서론 (Introduction), 재료 및 방법 (Materials and Methods), 결과 (Results), 토의 (Discussion)의 형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과학적 양식이란 단순히 이러한 외형적 형식뿐 아니라 글의 구조, 사용하는 언어, 일러스트레이션 등에서 다른 인문학적 글쓰기와 차별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넷째는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전문적이고 딱딱하기 쉬운 글이 어떻게 흥미로울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기술자가 독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흥미는 좀 다르다.
이들은 글이 독창적이고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을 때,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을 때, 내용이 엄밀한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때, 세세한 부분까지 오류 없이 정확할 때 흥미롭게 느낀다. 이 같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마 지막으로 수사학적인 방법들을 고려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물론 좋은 연설문처럼 사람을 감동시키는 글을 반드시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과학 글에서도 수사학에서 설명하는 기본적인 원칙들, 예를 들면 통일성, 응집성, 강조 등만 잘 지켜도 훨씬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좋은 지침과 충분한 연습만 있다면 어떤 과학기술자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필요한 건 글쓰기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자각과 구체적인 움직임이다.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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