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시급한 ‘고비용 저효율’ 공교육
엊그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소득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교육비 지출이 15조339억원으로 2003년 상반기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같은 교육비 지출 규모는 1988년 한 해에 집행된 13조9700억원, 2003년 20조원, 지난해 29조3534억원에 이르렀고, 올해에는 3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추락할 줄 모르는 교육비 지출의 고공행진이 과연 언제쯤 멈출 것인지도 의문이다. “부동산은 잡을 수 있어도 사교육을 잡을 수는 없을 것”이란 믿음 때문인지 주식시장에서도 교육 관련 주들이 연일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입시지옥과 사교육을 피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로 이민을 떠난 사람들이 학원 금단현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현지에서조차 자녀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는 현상을 보면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사교육병은 치유하기 어려운 중증에 접어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공교육 만족 2배, 사교육비 2분의 1로 줄이겠다”던 정부가 ‘평가’와 ‘자율 경쟁’을 내세워 사교육을 자극하고 있고, 대한민국 교육 1번지 서울에서 국제중학교와 과학영재학교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짐을 보아 향후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살림살이가 아무리 쪼들려도 자녀교육비만큼은 줄일 생각을 않는 우리네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탓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교육비 지출이 어떤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외형상의 양적인 순위 지표만 본다면 우리네 교육은 가히 세계인들이 놀랄 만하다. 지난 2월 통계청 조사 결과에 나타난 바와 같이 우리의 초·중·고등학생들은 세계 어느 나라 학생들보다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주당 평균 7.8시간의 사교육을 받고, 1인당 월평균 22만2000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84%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어 고등교육 이수율 4위의 나라일 뿐만 아니라 수십 대 1의 경쟁을 거쳐 임용된 교사들이 버티고 있는 교육 강국이다. 그런데 어째서 교육은 생산적이지 못한가.
3년 주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60여개국의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우리나라가 받은 과학 성적표는 2000년 1등에서 2003년 4등으로, 그리고 2006년에는 11등까지 추락했다. 해마다 치솟는 사교육비 투자 액수와는 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에 투자된 천문학적인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기에 ‘교육에 모든 걸 바치고도 아무것도 못 건지는 딱한 민족’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인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기업에서 본 한국교육의 문제점’에 따르면 신입 사원들이 대학에서 터득한 지식과 기술 수준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26%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의 내용보다는 오로지 점수 경쟁, 석차 경쟁만을 일삼아 온 우리 교육이 내실을 찾아야 한다. 역대 정권이 달아준 불량 내비게이션으로 인해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속도 경쟁만을 일삼아 온 우리 교육이 교육 본연의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천재 지성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조차도 영어 과외에 7억5200만달러를 쏟아붓고도 토플 순위 세계 110위권을 맴돌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의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투자한 만큼의 교육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교육을 위해 정부와 교육 당국이 나서서 지금의 고비용 저효율의 교육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쪼들리는 살림에도 자식교육에 투자한 학부모들의 교육비 지출이 아깝지 않게 된다.
[[오성삼 / 건국대 교육대학원장]]
기사 게재 일자 2008-09-09
엊그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소득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교육비 지출이 15조339억원으로 2003년 상반기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같은 교육비 지출 규모는 1988년 한 해에 집행된 13조9700억원, 2003년 20조원, 지난해 29조3534억원에 이르렀고, 올해에는 3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추락할 줄 모르는 교육비 지출의 고공행진이 과연 언제쯤 멈출 것인지도 의문이다. “부동산은 잡을 수 있어도 사교육을 잡을 수는 없을 것”이란 믿음 때문인지 주식시장에서도 교육 관련 주들이 연일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입시지옥과 사교육을 피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로 이민을 떠난 사람들이 학원 금단현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현지에서조차 자녀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는 현상을 보면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사교육병은 치유하기 어려운 중증에 접어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공교육 만족 2배, 사교육비 2분의 1로 줄이겠다”던 정부가 ‘평가’와 ‘자율 경쟁’을 내세워 사교육을 자극하고 있고, 대한민국 교육 1번지 서울에서 국제중학교와 과학영재학교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짐을 보아 향후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살림살이가 아무리 쪼들려도 자녀교육비만큼은 줄일 생각을 않는 우리네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탓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교육비 지출이 어떤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외형상의 양적인 순위 지표만 본다면 우리네 교육은 가히 세계인들이 놀랄 만하다. 지난 2월 통계청 조사 결과에 나타난 바와 같이 우리의 초·중·고등학생들은 세계 어느 나라 학생들보다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주당 평균 7.8시간의 사교육을 받고, 1인당 월평균 22만2000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84%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어 고등교육 이수율 4위의 나라일 뿐만 아니라 수십 대 1의 경쟁을 거쳐 임용된 교사들이 버티고 있는 교육 강국이다. 그런데 어째서 교육은 생산적이지 못한가.
3년 주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60여개국의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우리나라가 받은 과학 성적표는 2000년 1등에서 2003년 4등으로, 그리고 2006년에는 11등까지 추락했다. 해마다 치솟는 사교육비 투자 액수와는 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에 투자된 천문학적인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기에 ‘교육에 모든 걸 바치고도 아무것도 못 건지는 딱한 민족’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인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기업에서 본 한국교육의 문제점’에 따르면 신입 사원들이 대학에서 터득한 지식과 기술 수준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26%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의 내용보다는 오로지 점수 경쟁, 석차 경쟁만을 일삼아 온 우리 교육이 내실을 찾아야 한다. 역대 정권이 달아준 불량 내비게이션으로 인해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속도 경쟁만을 일삼아 온 우리 교육이 교육 본연의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천재 지성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조차도 영어 과외에 7억5200만달러를 쏟아붓고도 토플 순위 세계 110위권을 맴돌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의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투자한 만큼의 교육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교육을 위해 정부와 교육 당국이 나서서 지금의 고비용 저효율의 교육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쪼들리는 살림에도 자식교육에 투자한 학부모들의 교육비 지출이 아깝지 않게 된다.
[[오성삼 / 건국대 교육대학원장]]
기사 게재 일자 2008-09-09
'wizchem.org > wizchem 잔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횡설수설/정성희]문화센터級대학 (0) | 2009.06.10 |
---|---|
자율과 책임 바탕 대학개혁 (0) | 2008.05.26 |
고려대 LA 캠퍼스 (0) | 2008.05.19 |
과학교과서와 공통과학 (0) | 2008.04.12 |
한국온 옥스포드 후드 총장 (0) | 2008.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