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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와과학/신의물방울 : FOOD

2008년을 달군 ‘뜨거운 감자’ 광우병

 올바른 과학문화 정착 필요성 제기돼 2008년 12월 18일(목)

클릭! 10대 과학이슈 최근 구글코리아는 구글을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들이 올해 가장 많이 사용한 인기검색어 1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그에 의하면 인기검색어 1위는 지난 8월에 개최된 베이징올림픽의 열기를 짐작할 수 있는 ‘2008 베이징’이었다.

인기검색어 2위는 ‘광우병’이었다. 또한 대규모 촛불집회와 더불어 광우병 관련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포털 다음의 ‘아고라’도 인기검색어 9위에 올랐다.

지 난 14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통해 조사한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동아사이언스 및 사이언스TV와 공동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과실연 회원 435명 중 303명이 10대 뉴스로 ‘광우병 파동’을 꼽아 과학기술계 최고의 이슈로 선정됐다.

이처럼 광우병은 올 한 해 우리 사회와 과학기술계를 달군 ‘뜨거운 감자’였다.

인터넷에서 광우병 괴담 퍼져

지 난 4월 1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한-미 고위급 협의 결과, 미국산 쇠고기의 단계적 수입 확대에 합의했다는 발표가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미 쇠고기 졸속협상 무효화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미국산 쇠고기 관련 반대 움직임이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번지면서 이른바 ‘광우병 괴담’이 퍼졌다. 
이후 미국산 쇠고기 관련 반대 움직임이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번지면서 이른바 ‘광우병 괴담’이 퍼졌다. ‘광우병이 타액으로도 전염된다’거나 ‘수돗물로도 전염된다’는 등의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들이 나온 것이다.

이어서 5월 초 서울 청계천에서 ‘미친소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리면서 대규모 촛불집회로 발전했다. 이처럼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가 확산되자 과학기술계에서는 올바른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광우병과 쇠고기 안전성’이란 주제로 원탁토론회를 개최했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제1호 국가과학자인 신희섭 박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광우병과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우병 논란에 대해 “일부에서 확실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제기하는 안전성과 관련 문제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왜곡돼 알려지고 있어 근거 없는 오해와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고 밝히며 과학기술 측면에서 정확한 사실과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나갈 계획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한편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특히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한국인의 프리온 유전자 중에서 MM형이 서양인에 비해 빈번하다는 보고가 있고 현재까지 보고된 인간광우병 환자 가운데 MM형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집단유전학 연구를 통한 상대비교위험도 평가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결론은 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학기술계 적극적으로 나서

본 지에서도 광우병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광우병 공포의 진실’이란 기획기사를 3회 연재했다. 제1회 ‘광우병의 최초 원인 질병은 스크래피’가 5월 15일, 제2회 ‘낮은 확률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으로 부풀려진 광우병 공포’가 5월 19일, 제3회 ‘광우병 진단 및 치료의 현주소’가 5월 21일에 각각 게재되었다.

그 후에도 광우병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이어짐에 따라 보다 정확한 사실과 학술적 관점에서 바라본 전문적인 내용의 과학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광우병을 넘어’라는 기획기사가 연재되었다.

김 우재 포스텍 분자생명과학부 박사후 연구원이 쓴 이 기사는 ‘광우병으로 얼룩지는 프리온 연구’ ‘최초의 생명 혹은 기억의 입자 프리온’ ‘프리온 발견이 생물학에 끼친 변화’ 등의 기사가 5월 22일~5월 26일에 걸쳐 3회 게재되어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광우병 파동이 잠잠해진 후인 지난 11월 17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 한 마리가 추가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는 캐나다에서 1997년 8월 1차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가 시행된 이후에 태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 11월 27일 국내 대형마트 3사가 전국 300여 개 점포에서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개시했다. 
더구나 당시는 2003년 이후 금지됐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 위해 우리나라 조사단 6명이 캐나다 현지에 파견된 상태였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 때와 같은 국민들의 동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로부터 열흘 후인 11월 27일 국내 대형마트 3사가 전국 300여 개 점포에서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개시했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결정한 배경 중 하나가 그동안 고객게시판 등을 통해 판매문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날 일부 대형마트 앞에서는 미국 쇠고기 판매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항의 방문과 국산 농가들의 반대집회가 열렸지만, 첫날 준비한 쇠고기 분량은 모두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에 대해 워싱턴포스트지는 “올해 초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던 한국의 광우병 파동이 이제 완전히 해소됐으며 한국인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또 워싱턴포스트지는 “그러나 아직도 일부 한국인은 (광우병 위험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우병이 남긴 교훈

촛 불집회의 종료 이후 광우병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우리 사회에 던진 교훈은 아주 많았다. 일각에서는 광우병과 같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에는 과학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확한 정보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번 광우병 파동의 경우 과학기술계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평이 많다. 다만 문제는 광우병의 위험과 안전에 대해 밝혀진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을 근거로 하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과학의 한계를 벗어난 정보를 흘릴 수 없었고, 그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은 다소 불확실하고 애매한 정보에 대해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했다.

이에 대해 전 사회적으로 과학문화가 더 깊숙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광우병 사태를 둘러싼 사회적 혼란은 아직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올바른 과학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것.

사회적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충분한 과학적 상식과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갖출 수 있는 과학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이성규 기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08.12.1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