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이 미국대학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
미국 주립대 치열한 유수 학생 유치 경쟁
2008년 03월 12일(수)
미국 주립대 치열한 유수 학생 유치 경쟁
2008년 03월 12일(수)
서울 H대학 공대에 다니는 딸을 둔 조규자 씨(가명·48)는 450만원에 이르는 올 1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는 한숨을 지었다. 지난해 2학기 420만 원보다 무려 30여 만 원이 오른 것이다.
대학 등록금이 이렇듯 가파르게 오른 가장 큰 이유는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주립대의 경우 대학 재정의 상당 부분을 주정부 등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학생이 내는 학비는 이 공식 평균가보다는 낮다. 장학금과 각종 세금 환급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 소재지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더 많은 혜택이 있다. 게다가 미 대학생들은 연방 정부로부터 장기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10년 전 93%보다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대학생의 76%가 정부로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다. 물론 우리와 달리 일반 대출보다 싼 이자다. 이 에 따라 학생이 실질적으로 낼 돈은 4년제 주립대 학생이 지난 학년도보다 160달러 오른 평균 2580달러, 4년제 사립대 학생은 638달러 오른 평균 1만4400달러로 조사됐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외국 유학생들은 장학금을 받지 않는 한 이 돈을 거의 다 내야 한다. 다른 주 출신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주립 대학들은 대학이 속한 주에 사는 학생들에게 이득을 준다는 취지에서 소속 주 학생에게는 수업료를 싸게 받는 대신 다른 주 출신의 학생들에게는 훨씬 비싼 수업료를 받아 왔다. “다른 주 출신도 학비 깎아 드려요”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주립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다른 주 출신 학생에 대해서도 수업료를 깎아 주고 있는 것이다.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뉴 욕 타임스(NYT)의 최근(2008. 3.8) 보도에 따르면 이스트베이 캘리포니아 주립대는 올 새 학년도부터 서부 지역 15개 주가 참여하는 학부생 교환 프로그램에 동참한다. 이 프로그램에 속한 다른 주 출신 학생에게 수업료를 덜 받을 계획이다. 이 학교의 비(非)캘리포니아주 출신 학생의 수업료는 연간 1만1481달러이지만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의 수업료는 4731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네브래스카 주립대도 올 가을 학기부터 아이오와주 출신 학생들에게는 수업료를 낮춰 줄 계획이다. 테네시 주립대도 인근 앨라배마와 조지아주 출신 2~3학년생의 수업료를 테네시주 출신 학생 수업료에 25%만 더한 수준인 학기당 3776달러로 책정했다. 미국 주립대는 등록금 수준이 높다고 대학이 우수한 것이 아니다. 주정부의 보조금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주립대 특성상 주정부가 잘 살고 주재정이 풍부한 주에 소재한 주립대의 등록금이 대부분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하이오주의 경우 주립대에 대한 주정부 지원금을 2억5400만 달러 늘리는 대신 대학 등록금을 동결시켰다. 이처럼 미국 대학을 겉에 들어난 표층 구조만 보고 한 잣대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미국 사회는 상황에 맞게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돈으로, 능력이 있는 학생은 자신의 능력으로, 주어진 ‘달란트’대로 공부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미국 사회”라고 권경순(48. 애틀란타 거주) 씨는 말했다. 미국 대학 학비에 비해 우리가 아직 싸니 인상 명분이 있다거나, 미국이 기부금 입학을 허용하니 우리도 도입하자는 등 단순 비교논리를 도입하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 대학당국 노력은 단지 우수한 학생 유치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세계 수준의 교수진 확보를 위해서도 과감히 투자를 해 고급 두뇌 육성과 우수 인재 유치라는 2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또 한 최고의 학생을 선발하고 최고의 교육 프로그램과 인프라제공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의 경우 교수 대 학생 비율이 미국 최저인 3대 1이며,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제공한다. 학생 선발 정원도 해마다 줄 수 있는 장학금 정도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 우리도 등록금이 오른 만큼 세계 흐름 속에서 고급두뇌를 유치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각 대학들이 개혁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높은 교육열과 충분한 이공계 인력 풀을 감안 할 때 적절한 유인책과 대학 경쟁력만 갖추면 얼마든지 고급두뇌 육성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현재 국내 대학들은 공급자 시장에 젖어 자율적인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새 정부는 심각히 고민을 해야 한다. 참여정부도 사립대학 개혁을 추진했으나 기득권층의 저항에 막혀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해체되고 과학기술부와 합쳐 교육과학기술부로 거듭난 것은 어쩌면 세계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고급인력 육성의 기회일 수도 있다. 정부는 이참에 산업화시대 정책인 공급자 주도에서 지식기반시대에 걸맞게 시장(수요자) 주도로 고급두뇌 육성방향을 바꿔야 한다. 범용 산업인력 중심에서 질 중심의 고급두뇌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대학들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 성경제연구소의 유지성 수석연구원은 최근 ‘과학기술 고급두뇌 확보 방안’의 보고서에서 “모든 대학을 균등하게 지원하던 정책에서 경쟁력 있는 대학을 선별해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통제와 보호에서 벗어나 대학에 자율과 경쟁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권영일 기자
| sirius001@paran.com
저작권자 2008.03.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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