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할 것들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혹은 복용할 생각은 있지만 나에게 적당한 피임약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주저했던 당신에게 코스모가 꼭 맞는 정보를 준비했다. 피임약이 주는 또 다른 혜택과 부작용에 대해서도.
1. 피임약을 복용해도 임신할 수 있다
물론 당신이 매일 같은 시간에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임신될 확률은 0.1%도 채 되지 않는다. 즉, 매년 피임약 복용 여성들 100명 중 1명 이하가 임신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피임약을 복용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깜빡 잊어버려 예정된 시간보다 한두 시간이 흘렀다거나, 아예 하루를 건너뛸 때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피임약의 효능은 92%로 뚝 떨어진다. 정확한 복용법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100명 중 8명이 임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피임약 복용을 아침마다 늘 하는 일과로 만드는 것이다. 언제 집에 들어올지 모르는 저녁보다는 매일 아침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나서, 혹은 화장을 끝낸 후에 복용하는 것으로 습관화시키면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휴대폰에 알람을 설정해 두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울리게 하거나 눈에 띌 수 있는 장소, 예를 들어 화장실의 칫솔 옆에 피임약을 두고 복용하면 쉽게 잊지 않는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한 상자 분량의 피임약 복용을 처음 시작하거나 마지막으로 끝내는 단계에서 복용을 잊을 경우 임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피임약의 효과는 호르몬이 없어지는 기간, 즉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고 있는 주에도 적용된다. 호르몬이 없는 기간을 단 하루만이라도 연장한다는 것은 생리 주기의 두 번째나 세 번째 주에 피임약의 복용을 건너뛰는 것보다 배란이 될 확률이 더 높다. 생리 주기의 어떤 시점이든 피임약 복용을 하루 동안 잊어버렸다면, 기억이 난 순간 바로 두 알을 복용해야 한다. 만약 이틀이 지나버렸다면, 최대한 빨리 두 알을 복용하고, 그 다음날도 두 알을 복용하며, 일주일 동안은 콘돔을 사용하는 등 대처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 만약 3일을 잊어버렸다면, 산부인과 의사에게 문의를 해 새로운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콘돔을 사용하는 건 필수다.
2. 생리를 꼭 할 필요는 없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동안 나오는 생리는 사실 진짜 생리라고 할 수 없다. 뉴욕대 산부인과의 스티븐 R. 골드스타인 교수는 이때 나오는 혈흔은 호르몬의 투여가 중단되는 기간에 생기는 ‘금단 출혈’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피임약을 복용하면 출혈은 대개 생리를 할 때보다 더 짧고 더 가볍게 나타납니다. 자궁 내막이 쌓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출혈될 것이 거의 없습니다.” 즉, 피임약 휴식기인 일주일 동안 호르몬이 사라지고 나면, 약간 쌓인 막이 약화되면서 생리처럼 내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혈흔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이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 “1950년대에 피임약을 발명했던 과학자들은 생리 기간에 생리를 하면서 피임약을 복용하면 여성들이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골드스타인 박사는 말한다. 따라서 피임약을 쉬지 않고 복용하면 원하는 기간 동안 출혈(우리가 생리라고 생각하는)을 막을 수 있다.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경우 석 달에 한 번씩만 생리를 하게 하는 시즈니크(Seasonique) 등의 피임약을 처방하고 있다.
★피임약은 어떻게 피임 효과를 낼까
ㄱ. 피임약에 들어 있는 호르몬이 뇌의 뇌하수체 분비샘을 자극하여 배란을 유발시키는 자연 호르몬의 분비를 막아 배란을 억제시킨다.
ㄴ. 이 호르몬은 자궁내막을 위축하고 난관의 운동성도 저하시켜 난자가 착상되는 것을 막는다.
ㄷ. 또한 자궁 경부의 점액을 두껍게 하여 배란이 조금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점액이 정액의 활동을 둔화시킨다.
3. 피임약은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피임약을 복용하면 피임 효과 외에도 각종 자궁 관련 질환의 예방 등 부가적인 이점이 있다. 미국 암협회는 피임약을 3년 혹은 그 이상 복용하면 난소암 발병 확률이 30~50% 정도 줄어든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4년간 피임약을 복용하면 자궁내막암의 가능성을 50%까지 떨어뜨린다고 한다. 또한 자궁외임신은 90%, 양성유발질환은 40%, 기능성 난소낭종은 78%까지 발생률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게다가 피임약 복용 중에 하게 되는 생리(일종의 호르몬 금단 출혈 현상)는 평상시의 생리보다 통증도 덜하고 생리량도 감소한다. 또한 매달 생리 기간을 규칙적으로 만들어주어 불규칙적인 생리를 하는 여성들에게도 효과가 있다.
여드름, 피지가 많은 피부, 다모성 피부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피임약도 있다. 이런 피부 트러블은 여성의 몸속에서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이 과도하게 작용하기 때문인데, 다이안느 35에 포함된 ‘사이프로테론 아세테이트(Cyproterone Acetate)’라는 성분이 남성호르몬 작용을 억제해 피부를 개선한다.
4. 피임약의 부작용도 있다
피임약에 포함되어 있는 에스트로겐은 혈액 응고의 가능성을 높이고, 그것이 폐로 옮겨가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골드스타인 박사는 말한다. 따라서 과거 혈액 응고 경력을 가진 여성들은 피임약을 복용하기 전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또한 흡연 여성들, 특히 35세 이상의 여성일 경우에는 피임약 복용을 조심해야 한다. 흡연 자체가 혈액 응고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경미한 피임약의 부작용으로는 편두통이 있을 수 있다. 피임약과 편두통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연구자들은 생리 시작 전에 에스트로겐 수치가 변화할 때 편두통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에스트로겐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5. 피임약은 성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떤 피임약 복용자들은 오히려 성욕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임신에 대한 불안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맨해튼의 웨일 토넬 의과대학 정신과 의사이자 섹스 치료사인 바바라 바틀릭은 피임약 복용 후 성욕이 저하되고 절정에 도달하기가 힘들어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성욕 저하와 피임약 복용의 연관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습니다. 피임약이 체내의 테스토스테론(남성과 여성의 성욕을 가져오게 하는 호르몬)의 수치를 저하시키기 때문이지요”라고 바틀릭 박사는 말한다. 성욕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면, 의사와 상담하여 다른 유형의 피임약 복용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