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육/통합논술

과학과 윤리의 경계선

wizysl 2009. 4. 20. 14:45
논점 2. 과학과 윤리의 경계선

과학과 윤리의 경계선

과학과 윤리의 갈등은 인류가 직면해 온 가장 심각한 고민 중의 하나다. 과학이 인간의 끊임없는 지적 욕구의 결과로 발전해 온 반면, 윤리는 자연 질서를 섭리로 생각하고 인간이 이를 넘어서는 것을 비인간적 행위로 비난한다.

이와 같은 대립이 가장 첨예한 분야가 바로 인간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배아를 연구 대상으로 한 생명 공학 분야다. 서울 보건 사회 연구원이 지난 6일 생명 과학 보건 안전 윤리법의 시안(試案)을 놓고 첫 공청회를 열었다. 이 공청회는 의료 목적의 생명 공학 연구에 대한 한계를 정하는 법률을 만들기 위해 보건 복지부가 후원하는 것이어서 공청회 결과에 따라 생명 공학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될 것이다. 우리가 생명 공학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의 분수령이 될 시안이라 하겠다.

그런데 과학계와 의학계가 이 시안에 거센 비판을 가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시안이 배아 연구나 체세포 복제 등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그대로 법률이 제정될 경우 생명 공학의 국제 경쟁 저하는 물론 질병 치료 목적의 의학적 활용도 크게 제한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생명 공학 연구자들은 이 시안을 기준으로 할 때 지금까지 한국 과학자들이 이루어 놓은 생명 공학 연구 실적이 모두 불법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생명 과학의 윤리 문제는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생명 과학과 생명 윤리의 경계선을 시대를 초월하는 것으로 묶어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예컨대 임신을 바라는 불임 여성에게 생명 공학 기술로 임신을 가능하게 하여 행복을 찾아 준다면 그것을 생명 윤리라는 이름 아래 부도덕한 것으로 비난할 수가 있을까. 불치의 유전병으로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 환자에게 간세포 배양을 통해 건강한 삶을 줄 수 있다면 이를 비윤리적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생명 과학과 생명 윤리의 대립 문제는 어느 날 하루아침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인류가 존재하는 한 함께 가야 할 과제다. 국경이 없는 생명 공학 분야에서 우리의 규제가 어떤 사태를 초래할 것인지, 배아 실험은 반대하면서 어엿한 생명체인 태아의 목숨을 끊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윤리를 상실한 생명 공학의 발달이 인류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정부와 과학계 및 생명 윤리론자들이 현실 속에서 미래를 간파하는 혜안으로 토론을 계속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 논제 해결

생명공학의 국가 경쟁력과 부작용

제시문에는 생명 과학과 생명 윤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나타나 있다. 제시문을 참고하여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원인과 현상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500자 내외)

(가) 미국이 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지원키로 방침을 선회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그제 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념이 아니라 사실에 기초해 과학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복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보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 ‘실익’을 중시한 결정으로 보인다.

미국이 부시 정권 8년간의 줄기세포 연구 제한에서 벗어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함에 따라 줄기세포 연구 경쟁은 새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경쟁관계에 있는 영국·스페인·일본 등이 손 놓고 있을 리 없다. 벌써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생명공학은 차세대를 이끌 핵심산업이다. 온갖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젊음을 유지하는 건 우리의 꿈이다. 그런 희망을 해결해줄 열쇠가 바로 줄기세포 기술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생명윤리 논리에 발목이 잡혀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3년 전 배아줄기세포 복제와 관련, 논문조작으로 결론난 ‘황우석 덫’에 걸려 매우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생명윤리법을 통해 부작용을 제어할 장치는 마련됐다고 본다. 과학은 정치·윤리와 분리해 고려할 때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실리적 주장에 공감한다. 한때는 세계에서 앞서가던 차세대 핵심 기술이 과학 이외의 요인에 의해 답보상태인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세계일보>, 2009년 3월 10일치 사설

(나) 지난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심의를 위해 생명윤리법 개정안이 상정되었다. 그러나 생명 존엄성을 훼손하는 반인륜적 조항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그동안의 윤리학계, 종교계, 시민단체의 비판 목소리에도 개정안에는 상당한 문제점들이 눈에 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의 승인을 위한 부칙 제3항을 삭제하여, 체세포 복제 연구기관으로 등록만 하면 누구든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년 이상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경력과 관련 학술지에 1회 이상 논문게재 실적이 있어야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한다는 이 부칙은 황우석 박사만이 독점적으로 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규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황 박사의 논문이 취소된 이상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위한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과학자가 없기 때문에, 연구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부칙을 삭제한 것이다. 그러나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의 도덕성과 실용화 등에 강력한 회의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원하는 모든 과학자에게 섣불리 연구를 허용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불임부부의 임신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불임치료를 위한 생식세포 기증을 허용하고 있으나, 기증된 생식세포를 이용해 아이를 낳는 것은 불임치료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태어나는 아이의 행복권 침해, 대리모 문제 등 여러 사회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불임부부의 생식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인의 생식세포를 이용해서라도 아이를 갖는 것이 가능하도록 사회가 보장해주어야 하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다. 또 아이가 성인이 되어 생식세포 기증자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정보공개 여부 및 그 범위에 대한 것이 서면동의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훗날 아이가 자신의 유전적 부모를 찾을 경우 가정불화, 상속권 등 예상치 못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임신 외의 목적으로 잔여배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연구에 이용하기에 앞서 잔여배아도 하나의 인간생명체임을 인식하고, 제삼의 불임부부에게 기증해서 아기로 태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먼저 찾아보아야 한다.

생명윤리법에서는 임신 외의 목적을 위한 배아 생성이나 생식세포 채취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불임치료가 아닌 단지 연구만을 위한 난자 채취와 기증을 금지해야 할 것이다. 또 지정 기증 허용안과 과배란에 의한 난자 기증의 예외 조항, 즉 6개월 이내, 평생 3회 이상 기증도 가능하게 한 것은 취소해야 한다. 더구나 1명의 생식세포를 최대 10회까지 불임부부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난자채취 과정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이다. 그 밖에도 개정안에서는 새롭게 단성생식 배아줄기 세포주 연구 허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하지 못할 생명조작의 연구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겨레>, 2006년 12월 17일치

■ 해결 방향

제시문 (가)에는 생명 윤리로 생명 과학의 발달이 저해됨으로써 나타날 국가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시문 (나)에는 생명 윤리법이 지닌 허점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이 흔들릴 수 있는 위험성이 제시되어 있다. 각기 생명 과학과 생명 윤리의 한 측면에 입각해 쓴 글이다.

논제를 해결하려면 각 제시문의 입장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쪽의 입장이 충돌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충돌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양쪽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때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서기보다는 인류를 위한 좀 더 보편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 좋다. 이것이 어렵다면 인류 혹은 한 국가의 구성원들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료출처]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346761.html